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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글] 사과 없이 조용히 고쳐진 ‘비콥’의 허위과장 홍보

김용빈 소장 2021. 5. 20. 08:48

KOICA의 CTS Seed 0 교육 프로그램 운영업체 선정 입찰과 관련하여 세번째 블로그가 올라간 후, KOICA는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응찰할 업체가 파트너로 미리 적혀있는 KOICA 입찰서류

KOICA 댓글에 답합니다(옮긴글)

다시 KOICA의 댓글에 답합니다

그런 가운데 제보가 들어왔다. 사태를 흥미있게 관망하던 업계 관계자가 이거 좀 보라면서 화면 캡쳐를 보내왔다.

아마 앞선 블로그를 찬찬히 보시지 않은 독자는 이게 뭔 소린가 하실 것이기에 앞뒤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KOICA는 Seed 1,2 단계에서 비콥 인증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가진단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번째 블로그에서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업체가 비콥 인증은 (중략),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참가 대상 기업 자격 요건으로 도입되었으며, (후략)”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

즉, 문장의 주부가 ‘비콥 인증은’이고, 술부는 ‘참가 대상 기업 자격 요건으로 도입되었으며’이므로 이는 분명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해당 업체가 KOICA와 상의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표현이겠지만 공공기관의 선의가 이렇게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KOICA 측에 강조했다.

수정 전 화면 (2021.4.11.)

이 블로그가 4.12.에 공개되자 이틀 뒤인 4.14.에 해당 내용이 바뀌었다. 아니, 4.14.에 '발견'되었다.

수정 후 화면 (2021.4.14. 출처:  업체 홈페이지 )

 

엄밀한 비교를 위해 동일한 PC화면으로 캡쳐하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보시는 독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 문장을 수정 전과 후로 대조하여 아래에 싣는다.

수정 수정 후
비콥 인증은 …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참가 대상 기업 자격 요건으로 도입되었으며, 비콥 인증은 …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선정된 기업은 사업 기간 내 BIA 자가진단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문제는 수정 전에 허위과장 홍보를 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사과하는 절차는 건너뛰고, 지적당한 부문을 잽싸게 수정하기만 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급하게 말이다.

얼마나 급했는지 수정 후 문장이 비문(非文)이라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올라와 있다.

수정 전후 문장 모두 주부는 “비콥 인증은”이고, 수정 전 문장의 술부는 “~으로 도입되었으며, ~로 선정되었습니다.”로 주술 관계가 딱 맞는 데 비하여, 수정 후 문장의 첫 술부는 “~을 의무화하고 있으며”로 주술 관계가 틀어져 있다. 마침표 없이 두번째 술부가 수정 전과 동일하게 “~로 선정되었습니다”로 끝나기 때문에 중간에 주어가 바뀔 수 없으므로, 수정 후 문장은 분명 비문이다.

 

게다가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 (CTS) 선정된 기업은”이란 표현 역시 비문이므로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기업에게는”으로 고쳐 써야 한다. “BIA 자가진단”이 아니라 “자가진단” 혹은 “자가진단”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급한 수정 작업이 해당 업체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인지, KOICA의 요구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 여태 허위과장 홍보를 하다가, 그 사실을 지적받자 슬그머니 문장만 바꾸는 것은 본인들이 표방하는 ‘비콥’스럽지 않다.

원래 별 기대도 없었지만, 사회적 가치를 들먹이며 비콥 전도사를 자처하는 업체가 그 인증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사족: 개인적 경험에 비춰보면,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쓸 때 비문이 등장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런 비문 남발자… (고 박경리 선생 장례식 방명록. 2008.)

 

출처: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