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옮긴 글] KOICA 댓글에 답합니다

김용빈 소장 2021. 5. 15. 20:46

'응찰할 업체가 파트너로 미리 적혀있는 KOICA 입찰서류' 라는 2021. 3. 25.자 블로그에 3.31. 아래와 같이 KOICA가 공식 댓글을 달아왔다.

댓글에는 대댓글을 달아야 정석이나, 다루는 사안이 중대하므로 별도 블로그로 작성하기로 하였다.


안녕하세요 코이카 혁신사업실입니다. 먼저 코이카 혁신적개발협력사업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작성하신 게시글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첫째, 코이카 Seed 0 입찰은 특정 기관과는 무관한 사항입니다. 2019년도 입찰 진행 당시, 2회 유찰에 따라 수의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모두 공공조달 절차대로 진행된 것이며, 금번 입찰 역시 공공조달 방식의 입찰을 통해 공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용역 수행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첨부 참고자료의 Seed 0 브로셔는 금번 입찰에 참여를 계획하는 기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2020년 사업 수행 결과물이며, 용역기관 선정 과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둘째, 코이카는 2015년부터 CTS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2018년 이후 CTS에 선정된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추구 노력 점검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비콥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비콥이 소셜벤처의 임팩트 투자금 유치에 유용하다는 파트너 기관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2020년 3월 기준 74개국 3,905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획득하였고, 국내에서 비콥 인증제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판별기준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으며, 소셜벤처로 판별된 기업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최대 3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비콥 인증 관련 컨설팅의 경우 1개社가 독점권을 가진 것이 아니며, 희망 기업은 국내외 컨설팅사 중 선택하여 컨설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혁신사업실은 현재 CTS 사업 선정 이후 Seed 1 및 Seed 2 기업 대상 ‘자가진단 보고서’를 제출받고 있으며, 이는 미국 비콥 웹사이트에서 자유로이 무상으로 실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들이 입찰의 공정성에 대해 오해할 가능성과 향후 CTS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잠재 파트너사가 본래 도입 취지와는 다른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수 있는 점이 우려되므로, 해당 게시글에 대해 재고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3.26. 오전 전화를 주시고 또 이렇게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의사소통의 원칙상 댓글에는 대댓글을 달아야 하는데, 댓글은 분량에 일정한 제한이 있고, 본문과 달리 그림을 넣을 수 없는 등 편집을 하기 어렵기도 하며, 무엇보다 다루는 사안이 중차대하므로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깊이있는 논의를 끌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에서 별도의 블로그로 옮겨 답변 드립니다.

첫째, 형식적, 절차적 공정성이 아니라 실질적, 결과적 공정성이 중요합니다

댓글에서 Seed 0 운영은 특정 업체와 무관하며, 운영업체 선정은 공공조달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임을 밝혀 주셨습니다. 또, 브로셔는 단지 참고자료로 제시된 것으로 올해 업체선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해 주셨습니다.

제가 쓴 원래 블로그 어디에도 입찰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언급이 없습니다. Seed 0 브로셔 문제는, 전화 통화후 카톡으로 재차 확인시켜 드린 바와 같이, 원래 블로그 본문에서도 “내가 보기에 이건 단순한 실수다. 담당자는 그저 작년에 참여기업 모집하느라 뿌린 브로셔를 별 생각없이 첨부했을 것이다.”라고 써있습니다.

원래는 PC 화면을 보냈으나, 가독성을 고려하여 스마트폰 화면으로 바꿔 올림

저 뿐 아니라 제 블로그 독자 누구도 KOICA가 공공조달의 형식적 절차를 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것은 입찰의 실질적 공정성입니다.

어떤 입찰이 단독응찰로 마무리 될 때는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발주처가 입찰의 ‘흥행’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그 입찰에 들어올 만큼 관심있고 역량있는 업체가 정말 하나뿐이었을까요? 2019년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혁신사업실은 업계와 어떤 교감을 가졌을까 궁금합니다. 유효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 지도 알고 싶습니다.

좀 더 기술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Seed 0 운영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KOICA로서도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당연히 담당자에게는 제안요청서 작성이 어렵습니다. 누군가 외부 전문가와의 대화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 때 그 담당자는 누구와 대화했을까요? 혹시 관련업계를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KOICA를 염려하는 충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잘 모르는 일을 처리해야 할 때는 가능한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둘째, 업체 홍보자료가 아니라 실상을 읽어 주십시오

“비콥이 소셜벤처의 임팩트 투자금 유치에 유용하다”고 권한 ‘파트너 기관’은 USAID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작 USAID의 Grand Challenges 프로그램에는 비콥 인증과 관련된 언급이 없을까요?

소셜벤처(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기업)의 투자금 유치에 유용하다는 ‘주장’은 국내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실상을 알아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자금조달 전문가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단순한 ‘아전인수’에 불과했죠.

 

바쁘시겠지만 시간을 내서 쏘카는 언제 비콥(B Corp) 인증을 뗄 것인가?_연결을 꼭 읽어봐 주십시오. 그 밖에 개발마케팅연구소 블로그에서 ‘비콥’을 검색하여 나오는 글들을 읽어보시면 균형있는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콥’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판별기준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고, 소셜벤처로 판별된 기업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최대 3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언급은, 전형적으로 앞뒤가 뒤바뀐 진술입니다.

KOICA에서 비콥 인증 취득을 (Seed 3에 한해서지만) CTS 지원기업의 의무사항으로 정한 것은 2018년 1월이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셜벤처 판별기준이 나온 건 그 이듬해인 2019년 1월입니다. 그러니까 KOICA가 비콥을 규정에 넣을 때 중소벤처기업부 사례를 참고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비콥 인증을 판별기준에 넣을 때, ‘KOICA에서도 비콥 인증을 이렇게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설득의 근거로 쓰였을 것입니다.

그 판별기준을 만든 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도자료 중 일부 (출처: ‘소셜벤처 판별기준 및 가치평가모형 개발(중소벤처기업부. 2019. 1. 28. 전문은 바로가기 참조)

 

이 판별기준은 사회성 반, 혁신성 반으로 구성되며, 비콥 인증이 사회성 평가 부문의 1/10 정도나 되는 가중치를 가지는 논리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소벤처기업부는 18명의 다양한 민간전문가를 모아 기준을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 훨씬 안전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비콥 인증 관련 컨설팅을 1개 업체가 독점한 것이 아니며, 희망 기업은 국내외 컨설팅사 중 선택하여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 또한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닙니다. 미국 B Lab이 특정 한국 업체에 인증을 컨설팅하라고 독점권을 줄 리 만무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에 비콥 인증을 취급하는 다른 컨설팅 업체가,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또한, 혁신사업실은 현재 CTS 사업 선정 이후 Seed 1 및 Seed 2 기업 대상 ‘자가진단 보고서’를 제출받고 있으며, 이는 미국 비콥 웹사이트에서 자유로이 무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그걸 기업들이 어떻게 할 지 몰라서 인증 컨설팅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기성 기업도 컨설팅을 받아야 겨우 작성하는 보고서 작성은 Seed 1,2 단계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일이 있어 사법당국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때도 제도 이용 자체는 무료입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변호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임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개발협력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 관점에서는, CTS와 비콥 인증은 그 고객군이 서로 다릅니다. CTS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반해, 비콥은 기성 기업들을 광범위하게 대상으로 합니다.

B-Lab등에서 배포하는 홍보자료보다 중요한 것은 비콥의 현실입니다. 진짜 효용성이 있는 인증 제도인지 아래 글을 통해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비콥’의 사례로 보는 거짓 통계에 속지 않는 법에서는 비콥의 홍보가 얼마나 사기성 짙고 허무맹랑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로 고등학생이 수행평가 과제 발표에 인용했을 정도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비콥(B-Corp)이 되면 정말 잘나갈까?는 비콥 인증이 과연 효용성이 있나를 알아 본 글이며, B-Corp 인증 장사는 계속될까?에서는 이 인증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국내에서 비콥 인증은 악용되기까지 하는데, B Corp + 사회적기업 = 글로벌 공정 다단계? (후속편) B Corp + 사회적기업 = 글로벌 공정 다단계?에서는 그 실제 사례를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콥 인증을 떼는 사례도 수집되고 있습니다. 쏘카는 언제 비콥(B Corp) 인증을 뗄 것인가? 쏘카가 드디어 비콥(B-Corp) 인증을 떼어냈다에서는 한 기업이 인증을 받고 그 인증을 반납(?)하는 과정의 무상함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셋째, 업계의 인식이 아니라 업계에 팽배한 몰이해와 무지의 현실을 바꿀 때입니다

제 원래 블로그가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들에게 입찰의 공정성에 대해 오해하게 할 가능성이 있고, 향후 CTS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잠재 파트너사가 본래 도입 취지와는 다른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시는 점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와 관계없이 이전부터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업계의목소리를 널리 들어주십사 여러 차례 건의하는 이유는 이 점 때문입니다. 제 원래 블로그를 다시 읽어봐 주십시오. 문장은 이 댓글보다 훨씬 적은 분량입니다. 단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KOICA 자료를 인용하여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원래 블로그가 올라간 뒤 업계 각처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CTS에 관심있던 사람들 가운데 2019년 Seed 0 운영사업자 입찰의 대략적 맥락을 모르고 있던 업계 종사자는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그저 업체가 ‘사전영업’을 열심히 했겠거니 치부했었는데, 비콥 인증과 관련지어 사실들의 순서(sequence)를 확인하니 매우 실망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인식이 나빠질까 우려할 때가 아닙니다. 나빠진 인식을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소셜벤쳐나 사회적 경제, 사회영향(Impact) 투자 등에 관련한 무지와 몰이해가 많습니다. 그런 허약한 토대 위에서 허황된 언행으로 귀중한 공적 재원을 낭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무지와 몰이해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예로써 소셜벤쳐와 사회적경제기업(?) 등에 대한 지원 아이디어를 다룬 블로그를 몇 개 소개하니 참고해 주십시오.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제안의 현실성을 짚어본다(1)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제안의 현실성을 짚어본다(2)

왜 대기업이 소셜벤쳐에 굳이 직접투자를 해야하나?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나쁜 의도 없이 처리한 업무에 대하여 이렇게 비판적인 외부인의 견해가 제시되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KOICA에 애정을 가진 외부인으로서 이제껏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해왔음을 아신다면, 이번 글 역시 아무런 나쁜 의도가 없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KOICA를 위해 작성한 대표적인 제 의견은 아래 글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전임 이사장 취임 직후 제안했던 것으로, 이 글 때문에 2018년부터 현재까지 KOICA 혁신이행독립패널의 일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KOICA 혁신과제 제안서

 

이 제안 내용의 대부분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10월에 보도된 ‘코이카, 5년간 추진 못한 20개 원조사업 1229억 규모’와 같은, 원조사업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사의 문제 제기에 대처할 때, 제 제안 가운데 ‘과제 3. 성실한 실패는 격려하고 권장하라’의 내용을 제도화하여 실행하고 있었다면, 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는 KOICA가 이번에 제시한 제 의견을 단순한 오해라고 일축하거나, 거꾸로 제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곡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KOICA를 비롯한 모든 원조기관이 잘 운영되는 것이 저를 포함한 국내 개발협력계 종사자들의 당연한 바람입니다.

KOICA의 역사가 곧 한국 ODA역사라고 오인하여 연재기사를 쓰는 신문기자가 있을 정도로 우리 계발협력계에서 KOICA의 존재감은 큽니다. 다양한 외부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올해 이립(而立)에 도달한 KOICA가 더욱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설립 30주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