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 글] 쏘카는 언제 비콥(B Corp) 인증을 뗄 것인가?
한번 비콥은 영원한 비콥이 아니다
어디에나 유효기간은 있다. 비콥이란 인증도 마찬가지다. 비콥 전도사들은 인증기업의 숫자가 늘어만 가는 것으로 선전하는데, 전체적으로 늘지는 몰라도 이탈하는 기업 없이 순증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B Corp Directory가 밝히는 2019년 2월 기준 한국내 인증 기업은 모두 10개다. (https://bcorporation.net/directory?search=&industry=&country=Korea%20%28Republic%20of%29&state=&city=) 그런데 지금까지 인증을 받았던 기업은 13개. 즉, 3개 기업은 그 사이 인증을 반납했다는 얘기다. 아래에 정리해 봤다.
이들 반납 기업에 대해서는 조만간 '그들은 이제 왜 비콥이 아닌가(가제)'라는 글로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인증 연도 | 기업 |
2012 | |
2013 | 트리플래닛 |
2014 | 희망만드는사람들 |
임팩트스퀘어 | |
쏘카 | |
에코준컴퍼니 | |
2015 | 제너널바이오 |
2016 | MYSC |
Instinctus Co., Ltd. | |
2018 | Dot Incorporation |
The Bread and Butter |
위에 붉은색 삭선으로 처리한 3개 기업의 공통점은 이제는 비콥 인증 기업이 아닌데도 홈페이지 등에 인증 마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B Lab은 연회비를 내지 않아도 그 정도는 눈감아 주는 관대한 조직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직 비콥 인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홈페이지에 표시하지 않는 기업도 있으니, 바로 '쏘카'다.
사실이라면 비콥 인증의 최대 수혜자, 쏘카
쏘카는 2014년에 비콥 인증을 받자마자 180억원의 해외투자를 받았다고 홍보했다. 물론, 쏘카가 직접 그런게 아니고, 비콥 전도사(?)들이 하는 얘기다.
출처: https://1boon.kakao.com/kbskong/59eedfd26a8e5100016b1d3e
위에 적힌 그대로라면, 국제 자금시장에서 듣보잡이던 쏘카가 비콥 인증이란 걸 받자마자 혜성처럼 떠올라서 신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얘긴데… 이건 뭐 시골에서 어르신들 모아놓고 옥돌장판으로 3개월만에 암을 완치했다고 떠드는 얘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국내 비콥 전도사들이 가진 투자나 비즈니스 일반에 대한 이해수준이 딱 요정도라고도 볼 수 있겠다. 180억원짜리 해외투자가 '착한기업' 인증 하나 받았다고 일사천리로 추진되어 90일만에 집행되었다고?
현실세계를 사는 기업투자 전문가에게 물어보시라. 이게 얼마나 봉창 두드리는 소린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두 사건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자세는 '아전인수' 또는 '확증편향'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사족이지만, 그 아래 '비콥 기업들이 경제불황에 경쟁사 대비 회복력이 67% 정도 강하다'는 표현은 정말 낯간지럽다. 실제로 이런 얘기를 검색해보면 "OOO reported that Certified B Corporations were 63 percent more likely to survive the 2008 recession than were companies without the B designation."와 같은 문서를 찾을 수 있다. (http://cbey.yale.edu/sites/default/files/BCORP_Printable.pdf)
그런데, 여기서 이런 내용을 보고한 OOO은 누굴까? 바로 B Lab이다! '비콥'의 사례로 보는 거짓 통계에 속지 않는 법_연결에 이런 기법에 대한 아주 자세한 안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런 현실감이라고는 '1도 없는' 홍보가 비콥 인증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킨다는 점을 비콥 전도사들만 모른다. 그 점이 안타깝기는 하다.
쏘카의 자격을 묻는다
한국내 비콥 인증 기업들의 현황을 정리한 글(비콥(B-Corp)이 되면 정말 잘나갈까?_연결)에서 밝힌 것처럼 쏘카는 70%가 넘는 퇴사율로 유명해졌다. (카셰어링 회사 쏘카의 퇴사율이 70%를 넘어선 이유_연결)
최근에는 '타다'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2018년말에는 세차를 전담하던 자활센터, 자활기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탔다. 쏘카 세차계약 종료에 일자리 잃은 저소득 주민들_연결
창사 이래 6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그런지,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랬나? 쏘카는 언제부터인지 비콥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를 홈페이지에 쓰지 않는다.
다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회사소개서에는 살짝 표시를 해뒀는데…
출처: 쏘카 회사소개서 6쪽 (2019.1.)
여기 다시 등장한다, '글로벌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의 자회사인 '지쿱'과 마찬가지로 쏘카 역시 사회적기업 인증 없이 사회적기업을 사칭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제19조(유사명칭의 사용금지)에서 '사회적기업이 아닌 자는 사회적기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한다. 또, 같은 법 제23조(과태료)에서는 '제19조를 위반하여 사회적기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에 대하여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
비콥 인증은 그 과정과 요건 모두에서 사회적기업 인증과 전혀 다르다. B Corp 인증 하나 덜렁 받았다고 스스로 사회적기업이라 부르는 것은 법을 어기는 짓이다. 제너럴바이오-지쿱의 경우에는 의도가 여실히 읽히는 행보를 걸었다. 쏘카는 어떨까? 이걸 몰랐을까?
만약 사회적기업이 뭔지 알았다면, 10%도 안되는 세차 단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자활센터와의 세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자산공유'라는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사회혁신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쏘카는 언제쯤 비콥 인증을 뗄까?
비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아래는 '비랩코리아(B Lab Korea) 직원채용 공고'_연결에서 설명하는 비콥 인증의 의의다. 인증을 들여다 파는 한국내 비콥 전도사들이나 인증을 영업에 활용하는 기업이나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길 바란다. (첫 단어 '탐욕자본주의'가 섬찟하다…)
탐욕자본주의의 대안으로 2007년 미국 비영리기관 비랩(B Lab)이 창안한 비콥(B Corporation)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에 한해 부여되는 인증이자 브랜드입니다.
비콥은 현 시대의 기업들에게 진정성 있는 경영활동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특히 지배구조의 투명한 운영, 구성원에 대한 정당한 배려, 지역사회 및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기여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비즈니스적인 성공과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